커피를 참 좋아합니다. 집에서 직접 커피를 내려 마실 때의 향과 내리는 행위 자체가 주는 만족감이 큽니다. 물론 카페에서 사 마시는 게 더욱 맛있지만, 허접한 실력의 홈바리스타지만 낭만이 있기 때문입니다. 전문적인 바리스타가 아니어서 인지, 좋은 장비를 갖추면 더 나은 커피가 추출될 것만 같았습니다. 오늘은 최고의 전기 드립포를 찾아 떠난 여정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온도 조절 저가 드립포트
커피 하는 친구가 말하길 커피를 내릴 때 온도조절이 참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해서 처음엔 5만 원 이하면서 온도 조절이 되는 드립포트를 구매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실패했습니다. 일단 온도 조절이 제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뽑기 운이 잘못된 건지, 원래 물건이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지정한 온도로 올라오지 않는 경우가 생각보다 자주 있었습니다. 물론 껐다 켜면 제대로 작동을 했지만 불편하기 그지없었습니다. 또한 내구성이 안 좋았습니다. 갑자기 아무런 연유도 없이 고장이 나버리더군요. 구매가에 비해 수리비와 배송비가 비싸니, 결국 짧지도 길지도 않은 인연을 다하고 첫 번째 드립포트는 떠나보냈습니다.
브뤼스타 드립포트
두 번째로 선택한 드립포트는 브뤼스타 드립포트였습니다. 역시 커피 하는 친구의 추천이었습니다. 생각보다 고가여서 고민했지만, 결국 질러버렸습니다. 역시 비싼 값어치를 한다고 느꼈습니다. 신뢰가 가는 온도 조절 능력과 유지력, 이에 더해 무엇보다 그립감이 달랐습니다. 친구는 세밀한 물줄기 조절이 가능해서 점드립도 가능하다며 보여줬는데, 저렴한 드립포트와 달리 한 방울씩 물을 떨어트려도 수구를 타고 물이 흐르지 않았습니다. 사실 저는 점드립을 못한다는 것이 함정이지만 말입니다. 꽤나 오랫동안 만족하며 사용하던 중 아쉽게도 사달이 나버렸습니다. 구연산과 베이킹소다를 이용해 드립포트 내부를 청소하던 중 깜빡해서 물이 넘쳐 버린 것입니다. 회로 쪽에 물이 조금 들어가서인지, 그때부터 빌빌 대기 시작했습니다. 가격이 비싼 만큼 서비스센터에 2번 정도 맡겨서 고쳤지만, 고질병처럼 가끔 온도가 올라가지 않기 시작했습니다. 아쉬움을 뒤로한 채 다른 제품을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펠로우 드립포트
결국 또 한 번의 바리스타 친구의 추천으로 구매하게 된 제품은 펠로우 드립포트였습니다. 브뤼스타도 이뻤지만, 펠로우는 개인적으로 더 취향에 맞았습니다. 친구는 결국 온도 조절되는 드립포트는 브뤼스타 아니면 펠로우 밖에 없다며 마지막으로 추천을 해준 제품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대만족이었습니다. 친구가 단점으로 지적한 세밀한 물줄기 조절이 힘들다는 것은 저에게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어차피 못하니까요. 대신 정말 편하다고 생각한 점은 주전자를 올려놓기만 해도 온도가 자동으로 올라간다는 것입니다. 브뤼스타는 주전자를 내려놓은 후 다시 버튼을 눌러서 온도를 올려줘야 했는데 이 작은 차이가 정말 커피 인생을 편하게 만들어 줬습니다. 역시 명품은 디테일에 있나 봅니다. 나머지는 브뤼스타처럼 역시 비싼 값을 했습니다.
오늘은 최고의 드립포트를 찾아서 결국 펠로우로 정착한 나름의 역사를 말씀드렸습니다. 사실 20만 원 중반대의 가격에 걸맞게 브뤼스타나 펠로우나 모두 좋은 제품은 확실합니다. 전문가가 아니라면 둘 중 디자인만 보고 골라도 후회 없는 선택이 될 것 같니다. 참고로 브뤼스타는 색상이 정말 다양합니다. 블랙만 선택하는 저에게는 큰 의미가 없었지만요. 마지막으로 무엇을 선택하든 이왕이면 용량이 큰 것을 선택해야 후회가 적습니다. 커피를 직접 내리는 건 분명 낭만이 있지만 생각보다 귀찮기 때문입니다. 전기 드립포트를 고민하시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었길 바랍니다.